하윤
 
 
 
 
    ◦ 하충(河沖)    
 
    집의를 사양하는 상소  
엎드려 아뢰건대, 신은 어려서부터 자주 천식을 앓은 터라 궁벽한 오두막에 있으면서 충성스런 간언을 올리지 못하고, 죽음과 이웃하며 귀문관(鬼門關)의 사람이 된 지 이제 수삼 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영광스럽게도 전하의 부르심을 입으니 쓸모없는 신은 매우 황공하고 떨려 말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이 비록 현인들을 닮지 못한 불초한 사람이지만 한 터럭의 정력(精力)이라도 있다면 대신(臺臣)의 직책을 맡아 어찌 감히 죽을힘을 다해 정성으로 고하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하건대 전하께서 신명(神明)으로써 크게 교화하시는 큰 은혜가 두루 미쳐 흡족합니다. 또 천추절千(秋節)이 다시 돌아옴에 사원(寺院)의 축원(祝願)을 엄히 근절시키시고, 매번 태학(太學)의 날에 왕림하시어 풍속교화(風俗敎化)의 큰 근원을 두텁게 하셨습니다.
일찍이 여러 신하들을 대면하시고 말씀하시기를,“재화를 생산하는 것은 근본에 힘쓰는 데 있는데, 우리나라의 지력(地力)이 척박하다. 그렇다고 하여 만약 근본을 버리고 말(末)을 좇으면 생기는 것이 적을 것이니, 나는 이것이 걱정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전하의 이 말씀은 실로 전하의 복입니다. 신은 너무나 흔쾌하여 기쁨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하오나 지금 자리에 있는 신하들 가운데 충직한 선비와 간사한 선비, 직언하는 선비와 아첨하는 선비를 어떻게 경계를 점하며, 어떻게 분별할 것인지 깊이 살피셔야 할 것입니다.

上疏文
 
辭執義疏 成宗朝
伏以臣少多喘疾 病伏窮盧 未進忠課之言 與死爲隣 作鬼關之人者 于今三數年矣 今伏承聖綸之辱召 廢臣惶恐慄不知所云 臣雖無以 若有一毫精力 可以當臺臣之任 則安敢不效死力陳素悃耶伏惟殿下大化神明 鴻恩普洽 重回千秋之節 嚴斥僧舍之祝釐 每臨太學之日 以敦風化之大源 嘗對群臣言曰 生財在於務本 東方地力 疏薄 若棄本逐末 生之者寡 予爲是慮 殿下此言 乃天下之福也 臣下勝欣忭萬萬 然而今在位之臣 忠佞直諛之士何限 而孰辨而孰察之也  缺
 
두 번째 상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 신의 정상을 불쌍히 여기시어 불급지관(不急之官)을 거두시고 유한한 목숨을 헤아려 주시면 빛을 감추고 바른 길을 걸어서 자연에 귀의하고자 하는 뜻을 이루고 마칠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집에서 살다가 화악산 아래에서 늙어죽는 장부가 된다면 성은을 받음이 많겠습니다.
전하께서 보위에 영광스럽게 오르신 뒤부터 정치는 완성되고 제도는 안정되어 백성들은 편안하고 물산은 풍부해졌습니다. 예악(禮樂)과 정교(政敎)가 다 볼만하고 두루 갖추어졌으니 모두가 영구적인 법이 될 만합니다. 지금 전하께서 일의 끝을 삼가시기를 이와 같이 하신다면 어찌 주나라의 성왕(成王)과 강왕(康王), 한나라의 문왕(文王)과 경왕(景王)의 치세에 미치지 못할 것을 근심하시겠습니까? 옛날 당나라  현종황제 때의 개원(開元) 초기에는 잘 다스려 평온하였는데, 천보(天寶) 이후에는 간악한 신하가 권력을 잡고, 양귀비가 정사를 어지럽히더니 나라를 잃고 도망가는 지경에 이르렀어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전하에게 밝은 거울이 되는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밝으신 전하께서는 물이 깊고 조용히 흐르는 것처럼 깊이 살피시고 초연하게 멀리 바라보시어 부지런히 치세를 도모하신다면 많은 어진 사람들이 나날이 출사할 것이며 뭇 소인들은 나날이 물러가게 되어 한 나라를 태평성세(太平盛世)에 올려놓으실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여 8백년간 유지되었던 희씨(姬氏)의 주나라가 망했고, 4백년간 선대했던 유(劉)씨의 한(漢)나라도 망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니라가 비록 역대 임금(祖宗)의 근본을 확립함이 견고하다 하더라도 치위(治危)와 존망(存亡)의 기미는 전하께서 근심하며 부지런히 하느냐 안일하냐에 달려있습니다. 전하께서 맡으신 일의 중함을 자임하셔서 이처럼 쉬지 않고 힘쓰신다면, 침소에 드셔도(內枕) 편안하지 않을 것이고, 좋은 음식도 달지 않을 것입니다.
신이 비록 재능이 없으나 어찌 감히 만의 한 가지 정성이라도 힘쓰지 않겠습니까? 하오나 신은 지금 병들고, 또 신의 어리석고 고루한 말이 위로 임금님의 총명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군부(君父)를 위한 도리로서 차마 침묵할 수 없는 까닭에 감히 천지(天地)를 모독하고 부모에게 부르짖듯 이렇게 매우 우려하는 마음으로 호소함을 그만두지 못하옵니다. 신은 두려움이 죽어 넘어질듯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옵고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주상께 아뢰옵니다.
 
 再疏

伏以 以堯舜之聖 猶有不召之臣 臣本起山南耒耟 位至三品 歷剔淸要 聖恩極矣 更無餘求 而臣病日積 臣罪日加 伏願殿下衿憐臣狀 捨不急之官 怒有限之命 含光賁趾 以逐林壑之志終焉 家食爲華山下老死丈夫 則受賜多矣  自殿下光登寶位 治成制定 民安物阜 禮樂政敎 悉瞻悉備 皆可爲永世章程 今殿下愼終如是 則何患不及乎 周之成康 漢之文景之治哉 在昔唐玄宗皇帝 在開元之初 幾治幾又 天寶之後 奸臣執權 艶妃亂政 至於竄身失國而不悔 卽殿下今日之明鑑也. 伏願聖明 淵然深察 超然遠覽 孜孜圖治 則群賢日進 群小日斥 躋一國於太平壽城之中矣 不然則以八百年姬周而亡 以四百年炎劉而滅 今東方 雖蒙祖宗之植本固矣 治危存亡之機 在殿下憂勤安逸之日也 殿下自任之重 如是汲汲 則丙枕靡安 玉食靡甘 臣雖駑矣 安敢不效萬一之枕 臣今病矣 且臣愚陋之言 不足爲上格天聰矣 然而不急含黙於爲君父之道 故敢冒瀆天地 籲呼父母 以此憫迫致訴 而莫之己也 臣無任兢慄殞越之至 謹昩死以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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