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일(1553-1612)의 친필시고, 임진왜란 이후 옛 거처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원제는 ‘춘 일회구거春日懷舊居’이다.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것에 대한 회한과 상시傷時의 비감이 깔렸지만 필치는 자못 굳세고 활달한 명품이다. 하수일의 자 는 태역太易, 호는 송정松亭, 면沔의 아들이다.1579년 생원시에 입격했고, 1591년宣祖24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형조좌랑, 형조정랑등 내외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장文章과 사장詞章이 당대에 널리 알려졌고, 남명, 각재로 이어지는 학통을 계승하여 겸재謙齋 하홍도河弘度에게 이를 전수하였다. 진주의 대각서원大覺書院에 위패가 봉안되었다.
봄날 옛 거처를 그리며 春日懷舊居
거문고와 책으로 이어진 칠대의 가업 琴書七代業
재만 남기고 하루아침에 텅 비었구나 灰廘一朝空
누옥은 넘어져 홰나무 그림자 성글고 樓倒槐影疎
정원은 황폐해져 국화 떨기 절반뿐이네 園荒菊半叢
임금님의 글 담긴 한 쌍의 병풍과 御題雙屛子
가훈이 적힌 두 개의 바람막이 家訓兩障風
어설픈 갈무리는 도둑을 부르는 법이니 誨盜由藏慢
난리 중에 잃은 것을 탓하지 말자 休論喪亂中
송정松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