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륜에게 내린 교서敎書
생각하니 경은 도덕이 크고 넓으며 견식이 높고 밝아서 전번에 위태하고 어려운 때를 당하여 몸을 버티고 의리를 뽐내어 사직을 바로잡고 천명天命을 도왔으므로 훈공이 맹부盟府 - 임금이 공신들에게 영영토록 그 공훈을 잊지 아니한다고 맹서한 문서를 보관하고 공신이 성명과 기록을 보관한곳에 기록되어 있었는데 이제 천자가 새로 보배로운 자리寶位에 나아가시고 사신을 보내어서 고告하였는데. 돌아보니 많은 도덕이 없어지지 아니하여 길에 장해가 많았으므로 온 나라의 신하들이 그것을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표表를 받들고 치하 올리는데 실로 그 사람 뽑기가 두렵던 중, 경이 몸을 내놓고 나라에 바치려고 두 번 세 번 굳이 청하여서 만리의 먼 길에 분주하면서 몸소 천일天一:황제의 얼굴을 뵈옵고 용을 조각한 뜰에 치하를 올리고 인해서 하정사賀正使-새해를 축하하러 간 사신 참찬 의정부사 조박趙璞과 부사副使 지 의정부사 이첨李詹과 의론해 말하기를 천자가 이미 온 천하를 다시 시작하셨다면 우리 임금님의 작爵주신 인장印章만을 그대로 옛것을 쓰실 수 없는 것이라 하고 이에 예부에 신고해 올려서 신총宸聰-임금이 듣는 것에 전달하여 천자가 그 시기를 알고 변하는 것에 통달한 것을 가상히 여겨서 은총으로 대접하기를 우후優厚하게 하고 이에 고명誥命-조선 임금으로 봉한 임명의 인장을 조경신하 도지휘사 고득都指揮使高得과 좌통정 조거임左通政趙居任을 시켜 와서 고명을 하사하였으니 그 처음부터 끝까지 공로 있는 것은 진실로 대려帶礪-황하수가 줄어서 허리띠만 하여지고 태산이 달아서 숫돌만 하여 진다는 말가 된대도 잊기 어려운 것이라. 그러므로 전지 100결과 노비 10명을 주노라. 오직 그 정성을 생각하는 것이니 어찌 물건이 귀한 것이랴. 나의 지극한 뜻을 받들어 영세까지 전하게 하라.